우리나라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feat. 생물의 적응)

대한민국 저출산은 생물의 자연스러운 적응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최근 0.75명으로 발표되면서 월드레코드를 또 한번 자체 경신했습니다. 한 1.3명 정도라면 다른 나라들도 흔히 겪는 수준인데 왜 우리나라만  저출산 현상이 이렇게 심각할까요?

진화생물학에서 적응이란 생물이 환경에 적합하도록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몸의 형태, 기능 등이 변할 수도 있지만 가장 빠른 형태는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풍족한 여름, 가을에 왕창 먹어두고 풍족한 겨울엔 겨울잠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곰의 생활습관처럼 말이죠. 우리나라 청년들은 지금 생물학적 적응 중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해 믿기 어려운 성장 속도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기쁜 일이지만 그 부작용은 지금의 적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기 수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몰렸고, 그 사람들을 수용할 집이 없어 판자촌이 넘쳐났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정부는 수도권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고, 덕분에 수도권 선호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수도권 2, 3기 신도시는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저출산 기조를 오히려 강화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청년들이 아이를 낳을 것이란 생각은 그 기저가 잘못되었습니다. 저출산을 고려했다면 앞으로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지방 분산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주택공급, 경제력. 즉 의식주가 저출산의 원인이 아닙니다. 현재 청년들의 의식주는 과거에 비하면 풍족하고 아이를 낳는데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저출산은 경제력 부족이 아닌 산업화, 도시화의 잔여물인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경쟁은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나친 경쟁주의 사회가 지금은 우리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경쟁의 끝판왕 시대를 살아 왔으며, 경쟁의 보상은 적게 받았습니다.

앞으로 인구 수가 줄면, 경쟁이 완화돼서 살기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출산은 환영할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다시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 믿기도 합니다.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가 줄어들더라도, 수도권 대도시 인구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폭발적인 인구밀도는 경쟁을 더 심화할 것입니다.

지방 인구는 감소하고, 인프라는 낙후될 것입니다. 사용할 사람이 없는 곳에 굳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덕분에 지방에 남은 얼마 안되는 사람들 조차 수도권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먹고 살기는 해야되니까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구성된 대한민국 영토는 30년 후 서울과 그 주변 위성도시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지방은 앞으로 의료 인프라도 붕괴될 것이며 지방에 사는 부모님들, 어르신들도 결국 수도권으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청년들은 무언가 포기를 하는 방법으로 생활방식을 변화시켰습니다. 좋은 직장에서 오래 일하려면 여성에겐 아이가 없는 편이 낫다는 불편한 진실. 좋은 차와 좋은 집을 소유하려면 아이가 없는 편이 낫다는 합리적 판단. 더불어 현대 사회의 SNS 중독 풍조는 남들보다 뒤쳐지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경쟁 의식을 더 키워버렸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출산 포기는 생물의 당연한 적응의 결과입니다.

 

앞으로 지방 분산을 통한 경쟁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출산율 반등은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출산의 해결책은 경쟁 완화입니다. 지방으로도 인프라, 고품질 일자리를 넓혀 지방에서 살 필요가 있게 해야 합니다. 세종시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요. 공교육은 학생들이 경쟁 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지원금을 주고, 청년을 위한 정책이 나와도 경쟁 기조가 완화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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